<넷플릭스 - 도시괴담> 호불호가 갈릴 듯한, 짧고 낯익은 공포 드라마

2020. 8. 24. 00:35콘텐츠/TV & OTT

2020년 8월 20일.

무더운 여름날에 걸맞게 넷플릭스에서는 국산 호러 드라마가 공개되었습니다.

뮤비 프로덕션 '쟈니브로스'를 이끄는 홍원기 감독이 연출을 맡은 '도시괴담'입니다. 

 

6화 - 엘리베이터 中

 

1. 도시괴담은? 

 

도시괴담은 총 8화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드라마고요.

일반적인 드라마라 하기에는 러닝타임이 상당히 짧습니다. 

짧은 에피소드는 7분, 가장 긴 에피소드 역시 15분 정도로 짧아서 한 시간 정도면 전 에피소드를 모두 볼 수 있습니다.

드라마라기 보다는 넷플릭스 단편극장? 정도로 생각하셔도 되겠네요.

 

 

4편 - 장난 中

 

특히 4편에서는 우주소녀설아이 주연으로 등장하시니

팬 분들께서는 챙겨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2. 스토리 (스포x... 아니 약스포라고 해야 할까요?)

 

도시괴담의 스토리는 크게 특별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수학여행이나 수련회에서 들어봤을 만한 공포 이야기,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공포썰을 각색한 스토리입니다.

특별하지 않죠. 어디선가 본 것 같고.

 

하지만 저는 결말을 이미 아는 무서운 이야기라도 너무나 재미있게 들었습니다.

공포를 조금씩 쌓아나가는 스토리텔링의 과정이 좋았거든요.

결말을 이미 알고 있으니 '아.. 이 다음에는 귀신이 나오겠다!' 같은 상상도 할 수 있고요.

 

넷플릭스 도시괴담은 이런 공포썰의 클리셰를 십분 활용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클리셰 : 드라마, 시나리오에서 진부한 장면이나 판에 박은 대화, 상투적 줄거리, 전형적인 수법을 뜻하는 개념입니다)

 

 

8화 = 생일 中

 

 

3. 재미있었던 점

 

도시괴담은 절대 명작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명작을 지향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명작이 가야할 정반대 방향으로 내달린 작품이죠.

철저히 기획자와 감독의 의도에 따라서요.

 

도시괴담을 보며 떠올린 TV 프로그램들이 있습니다.

MBC의 장수 프로그램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KBS의 옛 공포 드라마 <전설의 고향> 이었습니다.

 

 

'전설의 고향'은 잘 모르겠지만, <서프라이즈>는 저예산 제작으로 유명한 프로그램입니다.

적은 예산으로 짧은 시간안에 여러 개의 쇼트 필름을 찍어야 하기 때문에

공포나 긴장감을 조성할 때 클리셰를 때려넣는다...고 얘기할 수 있을 정도 사용합니다.

 

이젠 서프라이즈를 떠나 성공을 마시는 두 분... 

 

그런 클리셰가 서프라이즈에서는 B급 매력포인트가 됩니다.

시청자가 느끼기에 '내 손바닥 안에서 적당히 즐길 수 있는 공포' 가 되는 거죠.

나른한 일요일 오전 시간에 사람들을 살짝 깨워주기에 딱 맞는 프로그램이기에

지금까지 장수하고 있지 않을까 합니다.

 

도시괴담 역시 이런 저예산, B급 느낌을 지향합니다.

앞서 얘기했듯이 도시괴담은 항간에 떠도는 공포썰을 차용하여 스토리로 삼습니다.

시청자가 이미 알만한 이야기인거죠. 

 

뿐만 아니라 상당히 조악한 CG를 사용합니다. 

<기묘한 이야기> 의 데모고르곤이나 <워리어 넌>의 악마를 기대하고 보시면 아주 실망할 정도로

기존 넷플릭스가 유지했던 그래픽에 미치지 못하는 CG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저는 이 조악한 CG 역시 B급 정서를 위한 장치라고 생각합니다.

 

쟈니브로스. 공동대표인 홍원기 감독과 김준홍 감독.

 

먼저, 이 작품의 감독은 홍원기 감독이고, 쟈니브로스의 수장입니다.

쟈니브로스는 국내 최대 규모의 뮤직비디오 프로덕션이고, 지금도 대부분의 K-POP 뮤비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그 정도의 수준을 가지고 있는 스튜디오가 별 생각없이 실망스러운 CG를 사용하고 유통했다면 프로덕션 자체의 포트폴리오에 큰 오점이 될 것이고, 오히려 쟈니브로스의 담당자들이 허용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일부러 못 만든 것처럼 보이게 의도했다면 조악한 CG를 납득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아는 공포썰티나는 CG를 통해

오히려 시청자에게 TV 공포 프로그램 같은 친숙한 공포를 주고 싶었던 것이 의도인 것이죠.

 

 

 

 

4. 아쉬운 점

 

<도시괴담>은 장점을 뒤집으면 단점이 되는 작품입니다.

'사람들이 많이 아는 공포썰' 은 뒤집으면 뻔한 이야기가 되고

'B급 정서 CG'는 뒤집으면 퀄리티 낮은 그래픽 연출이 됩니다.

 

그래서 결국 <도시괴담>은 어느정도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세련된 공포를 포기하고 어렸을 적 먹던 불량식품을 먹는다는 느낌으로 보면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고

'아리 에스터' 감독의 영화 같은 독창적이고 세련된 공포를 원한다면 실망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5. 결론

 

저는 처음에는 어리둥절하다가 1화를 다 보고 나서

 

'아... 이거 대충 서프라이즈 느낌으로 보라는 뜻이구나!'

 

싶어서 모든 기대를 내려놓고 보았고, 나름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수련회에서 듣던 이야기, 인터넷에서 보던 이야기가 영상으로 태어났다는 느낌으로요.

한 에피소드마다 러닝타임이 짧았기 때문에 가볍게 보기 좋았고

그래서 지루함 없이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등골이 오싹한 공포보다는

적당히 즐길 수 있는 짧은 공포를 원하시는 분들께 <넷플릭스 - 도시괴담>을 추천드립니다.

특히, 인터넷에서 공포썰이나 오컬트 이야기를 자주 보시는 분들께는 더 추천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