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넷 관람 후기 및 분석> 열역학 몰라도? 재미있게 보는데 문제 없습니다 🥳

2020. 8. 30. 17:08콘텐츠/영화

이 포스팅에는 영화 <테넷>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제, 2020년 8월 26일 개봉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테넷>을 보고 왔습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감독의 작품인 만큼

이번 <테넷> 역시 대단한 수작이었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특수성에서 보편성을 이끌어 내는 것에 있어 천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작인 <인터스텔라> 와 <인셉션> 역시 어려운 과학 기술과 이론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보편적인 인간애를 대주제로 그려내며 대중성과 재미를 확보했습니다.

 

이번 <테넷> 역시 물리학을 기반으로 했지만, 보편적인 재미를 놓치지 않는 연출을 보여주었는데요.

화면에서 느껴지는 인버젼의 이질감과 물리학 법칙을 굳이 이해하려 하지 않아도, 재미있게 볼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어려운 현상을 영화 서사의 골재로 사용하면서도, 놀라운 재미를 줄 수 있다니요.

정말 영민한 감독이 아닐 수 없습니다.

 

 

※ 지금부터 영화 <테넷> 스포일러가 등장합니다.

아직 영화를 관람하지 않으신 분들은 뒤로가기를 눌러주실 것을 권합니다. 

 

2020/08/24 - [콘텐츠/영화] - <테넷 예고편> 이 영화, 과연 이해하며 볼 수 있을까?

 

<테넷 예고편> 이 영화, 과연 이해하며 볼 수 있을까?

8월 26일 개봉하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테넷> 최종 예고편이 공개되었습니다. https://youtu.be/7oKAPbnl7mQ 유료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미리 본 유튜버들과 리뷰어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테넷>�

boyflyhigh.tistory.com

이전에 쓴 예고편 리뷰인데요. 여기엔 스포일러가 없습니다

 

 

 

 

 

 

 

 

 

1. 간략 스토리

프롤로그의 오페라 극장 테러

CIA 소속의 주도자가 오페라 극장의 테러를 막다가 우크라이나 테러범에게 붙잡히게 됩니다

주도자는 자백하기 전에 준비해 놓은 독약을 먹고 목숨을 끊지만.

알고보니 독약은 마취제였고 주도자의 임무는 상부에서 준비한 테스트였던 것으로 밝혀집니다.

 

예고편에서 시간여행 후유증이라 생각했던 이 장면. 독약을 삼키는 장면이었습니다.

 

테스트를 통과한 주도자는 세계 3차 대전을 막기 위한 임무에 투입되고

상사는 '테넷'이라는 단어와 두 손을 깍지끼는 제스쳐를 알려줍니다.

주도자는 다른 요원 '바바라' 를 통해 인버젼 현상에 대해 알게 되고 임무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됩니다.

(인버젼은 엔트로피를 역전시켜 시간을 되돌리는 기술이며 미래의 과학자가 발명한 기술입니다)

 

인버젼 현상을 처음 알려주는 '바바라'
주도자에 대해 알아도 너무 잘 아는 수상한 CIA 요원 '닐'
인버젼 현상의 원흉 '사토르'
사토르에게 협박받고 있는 사토르의 배우자 '캣'

 

 

영화에는 인버젼을 이용한 '시간협공' 및 '타임 패러독스', '할아버지 역설' 등 여러 설정들이 있는 만큼

1회차 관람으로는 조금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스펙타클하고 화려한 액션신과 긴장감이 끝까지 계속되는 만큼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충분히 재미있게 볼 수 있습니다.

 

2.연출

앞서 얘기했듯 <테넷>이 극찬받을 점은

 

'특수성' 속에서 '보편성'을 기가 막히게 끌어냈다는 것입니다.

 

어지간한 이과생들도 이해하기 힘든 물리학 지식과 깊게 관련되어 있는 영화인데도 불구하고

그 안에서 캣과 아들을 구하려는 주도자의 의지, 닐과 주도자의 우정, 사토르의 야욕과 허무함이라는

보편적으로 공감 가능한 감정을 잘 담아냈습니다. 

 

스펙타클한 액션, 전투신 역시 박수가 나옵니다.

CG를 지양하기로 유명한 감독인 만큼

공항에서 화물기를 충돌시키는 장면 역시 실제 화물기를 충돌시켰다고 하는데요.

한 번 밖에 촬영할 수 없는 장면을 기가 막히게 담아내면서 <테넷> 최고의 스펙타클 씬을 보여주었습니다.

 

쾅!!!

 

인버젼 현상과 스토리의 진행을 조화시킨 부분도 매우 뛰어납니다.

처음에는 인버젼 현상을 보며 "어... 저게 뭐야?" 싶지만

고속도로 추격신 정도까지 가면 "아... 그냥 인버젼 쓰면 거꾸로 가는 거구나!" 하며 납득하게 됩니다.

 

"이해하지 말고, 느껴라" 라고 하는 초반부 바바라의 대사라든지

중간중간 나오는 물리학과 엔트로피에 대한 닐의 설명이라든지

주도자가 과거로 가기 전, 휠러가 해주는 설명은

 

영화와 물리학의 관계를 전부 이해하기엔 부족하지만

영화의 재미를 느끼기에는 충분할 정도입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블록버스터를 만드는 감독인 만큼

"물리학 지식 보다는 영화 자체의 재미에 집중주세요" 라는 의미로 바바라의 대사를 쓰지 않았을까 합니다.

 

저 총알 자국...미래에서 온 사람이 현재에서 저 쪽에 쏘게 될거라는 겁니당 그냥

 

<테넷>이 불친절하고, 역대급 어려운 영화라고 많이들 얘기합니다.

어려운 영화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까일 건수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인터스텔라>와 <인셉션>이 그랬듯이 크리스토퍼 놀란 영화의 특징은

여러번 봐도 과학과 영화 스토리에 대해 새롭게 알 수 있다는 것인데요.

<테넷> 역시 같은 선상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터스텔라>와 <인셉션> 역시 물리학과 우주공학, 꿈과 뇌신경학을 기반으로 만들었고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곤 했습니다.

하지만 아예 이해하기 힘들정도의 어려움은 아니었고

호기심 많은 사람들은 그래서 같은 영화를 영화관에 가서 여러번 보기도 했죠.

<테넷>은 적당히 생각해볼만한 거리를 던져주는 영화이고

그래서 사람들이 여러번 보면서 재미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게 해주는 그런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3. 촬영

Hoyte Van Hoytema. 이름이 뭔가 수미상관법 같네요.

<테넷>의 촬영은 독일 촬영감독 '호이트 반 호이테마' 감독이 맡았는데요.

놀란 감독의 전작인 <인터스텔라>, <덩케르크>의 촬영을 맡았고

작년에 개봉한 제임스 그레이 감독의 <애드 아스트라> 에서도 외로운 우주공간을 차갑게 잘 나타냈던 만큼

<테넷>의 차갑고 드라이한 분위기를 잘 살려냈습니다.

 

특히 핸드헬드 기법을 굉장히 많이 사용하여 액션신의 긴장감을 십분 더 살렸고

후반 작전 장면에서도 스펙타클한 약진 광경을 하이앵글 전경샷으로 담아냈습니다.

 

'인버젼'을 잘 표현하기 위해 호이테마 감독은

촬영한 아이맥스 필름을 현장에서 거꾸로 돌려볼 수 있는 장치를 고안해냈고

화면을 담기에 적당한 새로운 아이맥스 렌즈까지 자체 개발했다고 합니다.

게다가 45kg이 거뜬히 넘는 아이맥스 카메라를 들고 촬영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건 그냥 호이테마 감독이 썼다는 메모 짤이요... 아니 거시기로 영화를 만든다구요?

 

4. 음악

음악 또한 시간의 역전에 따른 긴장감을 연속되는 전자음을 통해 잘 표현했습니다.

<테넷>의 음악감독은 스웨덴의 작곡가이자 힙합 프로듀서 '루드비히 고란손' 인데요.

 

루드비히 고란손 감독. 아니...예수님이세요?

원래 놀란 감독은 그동안 작업해온 '한스 짐머' 감독과 함께하고 싶어했지만

한스 짐머 감독이 영화 <듄>을 작업하게 되면서 <테넷>에 함께하지 못하게 되었고

그래서 자기 대신 추천해준 음악 감독이 '루드비히 고란손' 이었다고 합니다. 

 

루드비히 고란손 감독은 2018년 당시 화제가 되었던 '차일디쉬 감비노'의 'This is America' 의 프로듀서이기도 하며

<베놈>, <블랙팬서>를 통해 영화 음악 감독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바 있습니다.

 

고란손 감독의 OST는 <테넷>의 차갑고 팽팽한 분위기와 잘 맞으면서도, 특유의 색채를 잘 보여줍니다.

<베놈>, <블랙팬서>에서 자주 사용한 차갑고 건조한 전자음을 <테넷>의 액션 신에서도 사용하는데요

전자음을 끊임없이 반복하여 추격과 액션의 긴장을 확실하게 고조시킵니다.

 

알고리즘 회수 임무가 끝난 후 주동자, 닐, 아이브스가 헤어지는 장면에서는

'Low Roar' (아이슬란드 락/일렉트로닉 프로젝트) 느낌이 드는

북유럽 밴드 특유의 건조하고 슬픈 멜로디를 차용하여 감정선을 유지합니다.

 

아마 한스 짐머 감독이 음향 감독을 맡았다면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겠죠. 

한스 짐머 감독의 OST 오케스트라 느낌의 장엄한 음악이 특징인 만큼

위대한 임무를 완수하기 위한 주도자와 일행들의 의지가 더 느껴지는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고란손 감독의 음악은 인물들이 느끼는 인간적인 감정이 더 드라이하게 돋보이게 만든 듯하고요.

 

 

어떤 음악 감독은 이렇게 할 것이다... 라고 단언하는 것은 아닙니다.

<덩케르크> 이후 놀란감독은 영웅적인 서사보다

영웅적인 이야기 안에 포함된 인물들의 감정과 생각에 더 집중하는 듯하며

고란손 감독 역시 이번 음악을 <블랙팬서> 에서보다 훨씬 건조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음악 감독들 역시 자신의 색채가 있잖아요?

건조한 신스 사운드를 사용하는 고란손 감독은

풍요로운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좋아하는 한스 짐머 감독보다 조금은 하드보일드한 느낌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미시적인 영역에서라도요.

 

 

5. 결론

 

1회차는 필수, 2회차는 선택!

 

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코로나 시국 때문에 마스크 꽁꽁 쓰고, 손 세정제도 팍팍 뿌리고 조용히 혼자 관람을 했는데요.

좋은 자리에서 보지 못했는데도 상당히 만족스러웠습니다.

 

 

첫 관람은 블록버스터의 재미를 느끼기 위해서 보았다면

두 번째 관람은 '인버젼'에 대해 보다 자세히 이해하고

얽히고 섥혀 이해하기 어려웠던 스토리 흐름을 확실히 이해하기 위해 볼 것 같습니다.

 

기회가 될 때 마스크 잘 쓰고 한 번 더 보러 가고 싶습니다.

하지만... 확진자수가 무서울 정도로 많으니 일단 조심하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