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신

2018. 5. 13. 22:10공부/개인단상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에 이동진 평론가는 짤막하지만 울림있는 코멘트를 남겼다. '좋은 영화는 세상을 구하는 법을 제시하지 않는다'. 연출가도, 글쟁이도 세상을 구원하지 못한다. 구원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영웅에게서 오지 않는다. 작고 보잘 것 없는 사람들의 작은 움직임이 쌓였을 때 세상은 변화한다. 구원의 주체는 모래알 같은 사람들이다. 그래서 세상을 구하겠다는 결론을 내리는 창작자는 어리석다. 


 세상을 구하는 결론이 아니더라도 마찬가지다. '이것 만이 진리다'라는 결론을 내리는 사람은 역설적으로 진리를 모르는 사람이다.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는 상식은 300년 전에 참수형의 근거였다. 그러나 오늘날엔 시민사회의 기본 원리로 자리잡았다. 진리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한다. '한 시대의 진리'인 시대정신을 외치는 글은 흥미롭다. 그러나 진리를 외치는 글을 읽으면 체했을 때처럼 더부룩하다. 


 나는 진리를 외치기 싫다. 나의 생각이 진리일 거라는 확신이 없다. 사실은 확신을 가지기 싫다. 나 자신을 절대적으로 옳은 사람으로 확신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 생각의 바다에 끊임없이 방법적 회의라는 낚싯줄을 던지고 싶다. 내가 도출한 결론이 진리가 아닌, 새로운 생각을 향한 질문이었으면 좋겠다. 짤막한 오늘의 글을 타블로가 쓴 '에픽하이 - Lesson1'의 가사로 마무리 하려 한다. "Genius is not the answer to all question. It's the question to all answ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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