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티스토리를 할까요?

2020. 9. 7. 23:52공부/개인단상

술 한 잔 마셨습니다...영화가 잘 안되도 좋ㅅ

네. 이건 술먹고 쓰는 글입니다.

맞춤법이 틀릴 수 있으니 봐주세요...ㅎㅎㅎ

 

https://youtu.be/WIoGFHghNTk

술먹고 시나리오를 쓰다가 다시금 찾게된

개인적으로 애정하는 유튜브 영상입니다.

세바시 275회.

김영하 작가의 '자기 해방의 글쓰기' 입니다.

 

 

생각해보면 재미있죠.

우리는 글이 필요가 없습니다.

길다란 신문 기사보다 영상이나 입담으로 보여주는 뉴스, 유튜브, 팟캐스트가 더 쏙쏙 들어오고요.

어려운 영화 평론보다 영화 유튜버의 친절한 설명이 더 재미있고요.

복잡하고 난해한 시사, 과학 등의 개념도 유튜브를 찾아보면 재치있는 사람들이 귀에 딱딱 들어오게 설명해줍니다.

 

글이라는 것은 길기만 하고, 어려운 개념이나 쓰는 유산일 뿐입니다.

하지만 그런데도, 인스타그램에는 글쓰는 인플루언서들이 인기가 많고

서점에는 여전히 책을 찾아 헤매는 사람이 많고

블로그 마케팅은 죽었다고 함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부업을 한답시고 여전히 힘을 쓰고 있습니다.

 

왜. 글은 아직까지 살아있을까요?

왜 우리는 글을 쓰고 싶어할까요?

우리는 왜 술에 취한 채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똥글을 쓰고

다음날 아침에 지우곤 할까요?

 

 

Caravaggio,  Saint Jerome Writing , circa 1605–06. Via Wikimedia Commons.  

 

- 2012년에 미술사 책을 보면서 이유없이 좋아하게된 카라바조의 작품입니다. 

 

 

술자리에서 자주 보곤 합니다.

아니 술자리가 아니더라도 회사의 회의 시간에도 자주 보게 되죠.

"야.. 내가 왕년엔 말이야..."

"내가 옛날에 어디에 있을 땐... 해결사 소리 듣고 그랬어"

"야... 내가 옛날에 거기서는... 딱딱 부하직원들이 딱딱 보고하고...근데 걔는 말이야..."

 

하. 보기 거북스러우실 분들이 많을 테니 그만 쓰겠습니다. (쓰고 있는 저도 거북스럽거든요)

하지만 술자리에서 어르신들이 그렇듯

우리 모두는 '표현'을 원합니다.

 

자신의 가장 보여주고 싶은 모습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이죠.

근엄하신 대표님들과 부장님들, 국장님들은 자신의 가장 잘 나가던 시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하고

전역한지 얼마 안돼서 사회를 잘 모르는 복학생 동생들은

자신의 반짝반작 빛나는 병장 때의 모습을 후배들에게 보여주고 싶어하죠.

(장병들을 비하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 저는 대한민국 국군을 존경하고, 저 역시도 병장만기 전역자에 예비군 훈련을 한 차례도 결석없이 모범적으로 수행했으며, 저의 가장 친한 친구는 직업군인입니다. 마지막으로 김정은 개객끼.)

 

사람은 누구든 자신의 빛나는 모습을 다른 사람들에게 표현하고 싶어하잖아요.

저도 그랬으니까요.

하지만 사람은 반대로 자기 자신이 가장 어두웠을 때의 모습도 표현하고 싶어합니다.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 대놓고 보여주고 싶어하진 않습니다)

 

빛과 어둠으로 나누었을 때

저는 인스타그램이 빛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지우 작가님의 책이 있죠.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라고.

 

http://www.yes24.com/Product/Goods/86543063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어쩌면 나는 청년들이 세상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87년생, 밀레니얼 세대 문화평론가가 직접 쓴 가장 깊이 있는 밀레니얼 담론대학 시절 『청춘인문학』을 내놓으며 집필활동�

www.yes24.com

인스타그램에는 희망과 즐거움이 넘칩니다.

절망에 대해 쓰는 것은 저 혼자 뿐입니다.

저는 비공개 계정으로 글을 쓰기 때문에, 저의 지인 친구들이 수많은 좋아요를 눌러줍니다.

정말로 고마운 친구들입니다. 

저의 절망마저도 사랑과 우정으로 감싸주는 인간애 가득한 사람들이니까요.

 

하지만 제가 공개 계정으로 절망적인 글을 썼을 때, 사람들이 좋아할까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인스타그램에서 사람들은 즐거운 것을 원합니다.

잘생기고 예쁜 모델들의 사진, 맛있는 음식, 귀여운 강아지와 고양이, 아름다운 해외의 풍경....

인스타는 몇 년 전부터 '힐링'의 SNS였습니다.

광고로 덮혀버린 지금까지도 '힐링'의 의미는 아직 살아있고요.

페북이든, 인스타든, 절망을 보여줄 수 있는 곳은 없습니다.

싸이월드가 마지막이었죠.

 

싸이월드가 사라지기 전, 간혹 싸이에 들어가곤 했습니다.

신기하게도 여전히 싸이월드에 다이어리를 쓰는 일촌들이 있었죠.

특이했습니다.

인스타에는 즐거운 사진을 올리던 일촌들이 싸이에는 온갖 절망스러운 이야기를 하고 있었거든요.

맛있는 마카롱과 얼그레이티 사진을 인스타에 올리고, 싸이에는 지도교수나 직장 상사에 대한 한탄을 쓰셨죠

하지만 오히려 그 사람에 대해 더 가까워졌다고 생각한 것은 싸이월드 였습니다.

그 사람의 절망을 엿볼 수 있으니까요 

 

 

그 누구에게도 절망을 보여주기 힘든 시대.

이 시대에 어쩌면 가장 자유로운 곳은 티스토리가 아닐까 합니다.

글자수 제한 없이 자신의 절망을 마음껏 내보일 수 있으니까요.

가끔씩 절망 대신 유용한 정보를 주면 수익형 블로그까지 가능하고요!

 

어쩌면 우리가 티스토리를 하는 이유가 이것 아닐까 합니다.

나 자신의 절망을 오래 간직할 수 있는 공간.

절망을 정제된 상태로 저장할 수 있는 공간.

그 가운데 희망을 키워나갈 수 있는 공간.

 

글을 쓰는 사람들은 절망을 쓰며, 희망을 바라는 사람들이 아닐까 합니다.

 

MBC에서 드라마를 만드시는 김민식PD의 강연을 마무리로 글을 마칠까 합니다.

오늘은 취기가 오르네요.

좋은밤 되세요.

 

https://youtu.be/fIQO7wLZC2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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