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6. 18. 22:57ㆍ맛집/맛집
안녕하세요.
오늘은 감자탕 맛집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박훈정 감독의 영화 <신세계>에 나오는 이정재, 황정민, 박성웅, 최민식.
이 사람들이 신세계가 아닌 감자탕집에서 만났다면 어땠을까요?
소주병 20병을 깔아놓고 어깨동무를 한채 줌바댄스를 추는 엔딩으로 끝났을 것입니다.
감자탕은 모든 술꾼들의 술안주이자, 부글거리는 위장에 안식을 주는 성스러운 해장요리이기도 합니다.
그런 감자탕의 신세계가 있다고 하여 가봤습니다.
신촌역 6번출구에서 약 5분거리.
서강대생 사이에서는 일명 '개골목'으로 불리는 골목으로 들어가다보면 나오는 감자탕집입니다.
신세계 등뼈.
조명도 가로등이랑 비슷한 톤이고, 외관도 벽돌 + 대리석이라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잘 살펴보아야합니다. 자세히 보고 찾아야 합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
이 감자탕집은 컨셉이 명확합니다.
그냥 감자탕집 주인 사장님이 생각하는...신세계입니다.
이해하려 하면 안됩니다. 그냥 받아들이시면 됩니다.
이곳은 기성의 세계가 아닙니다. 그래서 이름이 신세계 등뼈죠.
일단 주문을 하면 밑반찬이 나옵니다.
대파 무침, 마늘쫑 무침, 싱겁게 만든 물김치, 겨자, 소금, 썰은 고추가 나옵니다.
처음 세 개는 그냥 먹으면 되고, 뒤에 세 개는 감자탕과 함께 먹으면 됩니다.
메뉴는 신세계 감자탕, 된장 감자탕, 원조 등뼈 스프커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밥을 고를 수 있는데, 솥밥, 김치볶음밥, 마가린 솥밥, 갈치속젓 솥밥 중에 고를 수 있습니다.
메뉴는 모두 9,900원으로 동일하고, 밥은 뒤로 갈 수록 비싸집니다.
솥밥을 먹으면 9,900원. 김치볶음밥은 11,900원, 마가린 솥밥과 갈치속젓 솥밥은 12,900원 입니다.
저는 원조 등뼈 스프커리를 택했습니다.
고깃국물에 카레의 진한 맛이 느껴집니다.
약간 매콤하기도 합니다.
함께 간 동료가 시킨 신세계 감자탕입니다.
국물이 맑고, 진합니다.
간은 일반적인 감자탕인데, 다대기가 없어 갈비탕 같은 느낌도 듭니다.
밥은 모두 솥밥을 시켰습니다.
안타깝게도 먹고나서 사진을 찍어서 솥밥 사진이 없습니다.
저는 등뼈커리를 시켰기 때문에, 등뼈 고기를 미리 발라놓고
남은 커리 국물에 밥을 말아서 먹었습니다.
그 사이에 따뜻한 물을 솥에 넣어, 솥벽에 붙어있는 누룽지를 각성시키기로 합니다.
각성한 누룽지들은 부드러워지면서 물을 숭늉으로 만듭니다.
하지만 지금은 제 입가심거리이죠.
<총평>
분위기가 개성있습니다.
말그대로 사장님이 가고 싶었던 신세계...인 것 같습니다.
미묘한 미스매치를 이루는 데코레이션과 분위기가 매력으로 다가오는 공간입니다.
음식은 괜찮습니다.
제가 먹은 원조 등뼈 수프커리는 카레의 향이 조금 진했습니다.
밥으로 먹기 보다는 소주 안주로 더 좋을 것 같은 메뉴였습니다.
(아실 분들은 아실테지만, 카레가 소주 안주로 상당히 좋습니다)
시그니처인 신세계 감자탕은 색다른 국밥을 먹고 싶은 분들께 한 번쯤 권해드리고 싶은 음식이었고, 맑은 국물의 감자탕은 꽤나 신선한 시도였다고 생각합니다. 된장 감자탕을 못 먹어봤는데 어떤 맛일지 궁금하네요.
제가 학교를 다닐때 이 집에 생겼더라면, 시험 망치고 헛헛한 위장을 이곳에서 신세계 감자탕을 먹으며 채웠을 텐데..
졸업한 다음해에 생긴 식당이라 아쉽습니다.
그럼 다음 포스팅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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